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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정인한 작가와의 북콘서트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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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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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생지기 조이예요.


지난 10월 2일 있었던 북콘서트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니지만,' 북콘서트 이후 정인한 작가님이 저에게 보내주신 후기 글을 공유 합니다.



“남해 좋더제?” 아내가 물었다. 나는 좋다고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남해는 산이더라”고 말했다. 남해는 강연을 하러 다녀왔다. 오랜만에 조퇴를 했다. 갔다오니 밤이 되었다. 왕복 300km. 간만에 레이가 열심히 달렸다. 작은 심장을 가진 레이는 오토바이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달렸다.

남해는 처음이었다. 한참 고속도로를 달렸다. 문산 휴게소도 봤다. 무빙의 조인성을 떠올리며 액셀을 밟았다. 1차선과 2차선을 오가며 레이는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나도 무빙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했고, 고속도로에서 내렸다.

국도를 달리며 느꼈던 것은 바다가 아니라 첩첩산중을 향한다는 기분이었다. ‘남해는 바다가 아닌가, 탁 트인 바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길은 산과 산 사이를 구불구불하게 감고 다니는 하천처럼 나 있었다. 단양 같기도 했고, 태백 같기도 했다.

평평한 땅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도로 옆으로 저수지같이 움푹 들어간 곳에는 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드문드문 바다가 얼굴을 내밀어도, 바다는 산 밑에 있어서 바다와 육지가 닿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먼바다에도 수평선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먼 곳에는 섬이 보였다. 섬은 길었다. 물에 잠긴 산맥 같았다.

산맥 같은 섬에 갇힌 바다는 고요했다. 파도가 부서지지 않았다. 호수처럼 잔잔해 보였다. 한번도 와보지는 못했지만 어떤 책에서 읽었던 익숙한 절 이름 보았다. 다른 절도 많았다. 노량을 지났다. 잔잔하지만, 어떤 좁은 해협에서는 빠르게 흐르는 조류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위를 떠다니는 고깃배는 그 바다의 이치를 모두 아는 노련한 선장일 것 같았다.

남해대학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부분 일본 사람이었다. 관계자에 의하면 근처에서 커피 축제를 진행 중이고 그곳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대학생들 중 일부라고 했다. 통역을 끼고 말을 시작했다. 짧게 짧게 이야기 이어갔다. 나는 등대의 불빛처럼 이야기했고, 일부는 한박자 늦게 드문드문 이해의 눈빛을 보냈다. 밤바다에 떠 있는 어선 같았다. 일본어의 어조는 조용한 노랫말 같았다. 조곤조곤 들리는 타국의 언어를 들으며 정말 등대가 되는 느낌이었고, 조금은 외로웠다.

강연을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근처에 커피 축제를 하는 전통시장을 들렀다. 그 골목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 좁은 골목의 활기가 빠르게 흐르는 조류처럼 느껴졌다. 다른 골목은 손님이 드물었다. 앉은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으며 휴대폰을 보는 사람이 보였다. 대부분 노인이었다. 오래된 건물이 많았고 길이 좁았다. 연 식당이 별로 없어서 몇 바퀴를 돌아서 겨우 곰탕집을 찾았다.

들어가 보니 할머니가 테이블에 앉아 아시안 게임을 보고 있었다. 곰탕을 시켰지만, 소머리 국밥밖에 없다고 했다.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고, 나는 글을 썼다. 몇 문단 쓰고 글이 막혔다. 마침 국밥이 왔다. 장사가 잘되는지 물어보니, 요즘은 한 달 매출이 200이 안 되다고 했다. 커피 축제의 흐름이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콜라를 시켰다. 국물이 하얀 소머리 국밥도 일품이었지만, 묵은지가 좋았다. 청각이 들어가 있었다. 아는채 하니 할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값을 치르는데 실랑이를 했다. 콜라값을 기어코 안 받아서 박카스를 사드리고 왔다. 오래된 약국의 약사도 어깨가 굽은 노인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좁은 해안 평야가 제법 보였다. 바다의 반대편 배후에는 산지가 있었고, 마을은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곳에 모여 있었다. 먼 들판에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벼와 그 건너 바다와 또 다른 산 같은 섬이 보였다. 밥을 먹었지만, 익어가는 들판을 보니 아이들과 먹는 밥이 그리웠다. 가능하다면 새처럼 날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후 당일 촬영영상이 편집 마무리 되는 대로 추가 공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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